대법 "시행 전 저장했어도 안 지웠으면 소지"…불법촬영물·딥페이크 처벌 가능
저장을 시작한 때는 규정 시행 전이라도 시행 후 보관은 별개…대법 “지배관계 지속되는 계속범”
처벌 규정 시행 전에 저장한 불법촬영물이라도 시행 이후까지 지우지 않았다면 소지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소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지인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신체 사진을 합성하는 방식 등으로 허위영상물 195개를 만들어 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와 별도로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불법촬영물 113개도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두 종류를 합친 308개는 2024년 12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할 때까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쟁점은 처벌 규정의 시행 시점이었다. 불법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은 2020년 5월 19일, 허위영상물에 대한 같은 내용의 조항은 2024년 10월 16일 각각 신설돼 시행됐다.
두 조항의 법정형은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같다. A씨가 파일을 저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두 조항의 시행일보다 모두 앞서지만, 파일을 그대로 보관한 기간은 시행일 이후까지 이어졌다.
원심은 소지 혐의를 무죄로 봤다.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저장한 파일을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두었을 뿐 새로 내려받거나 옮기는 등의 행위가 없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소지란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라며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임을 알면서 소지를 개시한 때부터 지배관계가 종료한 때까지 하나의 죄로 평가되는 이른바 계속범”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계속범의 실행행위가 처벌법규 시행 전에 개시돼 종료되지 않은 채 계속된 이상 시행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신설된 법규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며 “시행 후에 따로 어떤 행위를 더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이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시행 전의 저장 행위 자체를 뒤늦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일 이후에도 지배 상태가 이어진 부분을 떼어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이번 판단의 취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지에 해당하는지는 파일을 언제 어떤 경위로 받았는지보다 지금도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지배관계는 파일을 지우거나 처분해 더 이상 갖고 있지 않게 된 때 끝난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해석을 근거로 소지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부분을 파기했다. 구체적인 유무죄와 형은 파기환송심의 심리를 거쳐 정해진다.
[참고 법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제1항, 제2항, 제4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제1항, 제2항, 제4항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제1항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