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 '싼 달러' 글 64차례…1심 징역 2년 10개월
선입금만 받고 외화는 안 보내…배상명령 8741만원도 함께 인용
중고거래 플랫폼에 시세보다 싼값에 외화를 팔겠다는 글을 올려 선입금만 받아 챙긴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은 지난 6월 2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제기된 배상신청도 받아들여 배상신청인에게 편취금 8741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명령을 내렸다.
A씨는 2023년 12월 8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미화 200달러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판다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유로화·엔화·홍콩달러 등도 싸게 판다는 글을 반복해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사실은 두 갈래다. A씨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피해자 9명에게서 9592만원을 가로챈 혐의와, 2025년 3월까지 64차례에 걸쳐 9793만원을 추가로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부분을 합한 금액은 1억9385만원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실제 판매할 외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애초에 판매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 규모가 크다”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입힌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피해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선고기일 변경을 여러 차례 신청한 뒤 정작 선고 당일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됐다. A씨는 선고 엿새 뒤인 지난 6월 30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1심 판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형법의 사기 조항은 지난해 12월 개정으로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랐다.
다만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개정 전에 끝난 범행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피해자별로 성립한 사기죄가 경합범으로 묶이면 형기의 2분의 1까지 가중되므로, 종전 규정에서는 상한이 징역 15년이 된다.
편취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형이 더 무거워지지만, 이 사건에서 인정된 금액은 그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
법정형과 별개로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참고한다. 이득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일반사기 제2유형의 권고 형량은 감경영역 징역 10개월에서 2년6개월, 기본영역 1년에서 4년, 가중영역 2년6개월에서 6년이다.
양형기준은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두고 있다. 반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특별감경인자에 해당한다.
개인끼리 외화를 사고파는 행위가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환거래법은 금융회사 등이 아닌 자가 외국통화의 매입이나 매도를 업으로 하려는 경우에 미리 등록하도록 정하고 있다.
등록하지 않고 외국환업무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위반행위 목적물 가액의 3배가 3억원을 넘으면 벌금은 그 3배 이하까지 매길 수 있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관건은 ‘업으로’ 한 것인지 여부다. 한두 차례에 그치는 개인 간 매매와 달리 계속·반복성과 영리 목적이 인정되면 무등록 외국환업무가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사기이며,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액을 함께 청구하는 배상명령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다. 형법의 사기와 공갈의 죄는 배상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 범죄에 포함된다.
같은 제도인데도 신청이 각하되는 사건은 적지 않다. 법은 피해자의 성명·주소가 분명하지 않거나 피해 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배상책임의 유무나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으로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각하된 재판에 대해서는 신청인이 불복하거나 같은 내용으로 다시 신청할 수 없다. 대신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이 남는다.
배상명령이 확정되거나 가집행선고가 붙으면 그 판결서 정본은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유죄판결에 대해 상소가 제기되면 배상명령도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된다. A씨가 항소하면서 이 사건 배상명령의 확정 여부도 항소심 결론에 따라 정해지게 됐다.
참고 법령
형법 제1조 제1항(범죄의 성립과 처벌), 제37조·제38조(경합범과 경합범의 처벌례), 제347조(사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외국환거래법 제8조 제3항(외국환업무의 등록), 제27조의2 제1항·제2항(벌칙)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제1항·제3항(배상명령), 제32조(배상신청의 각하), 제33조(불복), 제34조(배상명령의 효력과 강제집행)
대법원 양형위원회 사기범죄 양형기준(일반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