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 대 때리면 아동학대인가 — 법원이 "학대가 아니다"라고 본 이유
짧은 답부터. 아이를 한 대 때렸다는 사실만으로 아동학대가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면책되지도 않는다. 아동복지법이 말하는 ‘신체적 학대’의 기준은 “때렸느냐”가 아니라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정상적 발달을 해칠 위험을 만들었느냐”이기 때문이다. 같은 한 대라도 부위·횟수·강도·경위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2026년 8월 보도된 1심 판결 하나가 이 경계선을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요약
- 보호시설의 공동 놀이방에서 2살 아이의 등을 손으로 한 차례 때린 30대 여성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법원은 ① 때린 부위가 등이고, ② 횟수가 한 차례에 그쳤으며, ③ CCTV 영상상 강도가 세 보이지 않고, ④ 자신의 1살 딸이 그 아이에게 밀려 넘어진 직후의 상황이었다는 점을 종합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할 위험을 초래한 학대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수사기관은 학대로 보아 기소했고, 법원은 달리 봤다. 두 기관이 갈린 지점은 “때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신체적 학대’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였다.
-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주체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다(제3조 제7호).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대상이 된다.
- 이 판결은 “한 대는 괜찮다”는 기준이 아니다. 상해나 눈에 보이는 손상이 없어도 신체적 학대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단 틀이다.
1. 어떤 상황이었나
2025년 2월의 어느 저녁, 여러 가정이 함께 이용하는 한 보호시설의 공동 놀이방에서 벌어진 일이다. 30대 여성 A씨는 당시 2살이던 B군이 자신의 1살 딸을 밀어 넘어뜨리는 것을 봤다. A씨는 곧바로 B군의 등을 손으로 한 차례 때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관계 두 가지를 먼저 정리해 두는 편이 좋겠다.
첫째, B군은 A씨의 자녀가 아니다. 다른 가정의 아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부모가 자기 아이를 훈육하다가”가 아니라 “성인이 남의 아이를 제지하다가”의 구조다.
둘째, A씨는 그 시설의 종사자가 아니라 이용자였다. 이 구분은 형량에 직접 영향을 준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제7조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에게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설을 이용하는 입장이었던 A씨는 이 가중 대상이 아니다.
수사기관은 이 행위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그중에서도 신체적 학대로 보아 A씨를 재판에 넘겼다.
2. 법원이 무죄로 본 이유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세 문장으로 압축된다.
“피고인이 때린 부위는 등이고 때린 횟수도 한 차례에 그쳤으며 CCTV 영상에 의하면 때린 강도가 세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행위가 신체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할 위험을 초래한 학대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때리지 않았다”고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린 사실은 CCTV로 확인됐다. 법원이 부정한 것은 그 행위가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신체적 학대행위’라는 법적 평가였다.
즉 이 무죄는 “사실이 없다”는 무죄가 아니라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죄에 가깝다. 이 차이가 이 사건을 이해하는 열쇠다.
3. 아동복지법의 ‘신체적 학대’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나
법 조문부터 보자.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는 제17조 제3호부터 제8호까지를 위반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여기서 조문 문언을 자세히 읽어야 한다. “손상을 주거나”와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이 또는으로 연결돼 있다. 상해가 발생해야만 학대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법원도 신체적 학대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상해의 결과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아동의 신체 건강과 발달을 해칠 위험 또는 가능성을 발생시키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해석이다. 대신 그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다음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 행위의 정도와 태양(방법·부위·횟수·강도)
- 아동의 반응 등 행위 전후의 구체적 사정
- 아동의 연령과 건강 상태
- 행위자의 평소 성향, 유사 행위의 반복성 여부와 기간
정부 안내 자료들은 대개 신고 절차와 조문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고,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이 ‘판단 요소’까지는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제로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대체로 이 목록이다.
4. 이 사건에 판단 요소를 대입하면
법원이 언급한 사정을 위 기준에 맞춰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판단 요소 |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정 |
|---|---|
| 부위 | 등 (머리·얼굴·복부 등 취약 부위가 아님) |
| 횟수 | 한 차례 (반복성 확인 안 됨) |
| 강도 | CCTV 영상상 세 보이지 않음 |
| 동기·경위 | 자신의 1살 자녀가 밀려 넘어진 직후의 즉각적 반응 |
| 도구 사용 | 손 (도구 사용 없음) |
| 결과 | 상해·손상 여부는 보도에 없음 |
이 요소들이 한 방향으로 몰렸기 때문에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라는 요건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어느 하나라도 방향이 달랐다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었다. 부위가 머리였다면, 도구를 썼다면, 반복된 행위였다면, 강도가 셌다면, 아동이 더 어렸다면 — 각각이 결론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다.
5. 왜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갈렸나
같은 CCTV 영상을 보고 두 기관이 다른 결론에 이른 이유는, 두 판단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 수사·기소 단계의 질문: “학대로 볼 여지가 있는가, 재판에서 다툴 만한가”
- 재판 단계의 질문: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신체적 학대행위임이 증명됐는가”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는 훨씬 높다. 판결문의 “단정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이 지점을 정확히 가리킨다. 위험이 없었다고 확인했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동학대 사건에서 기소와 무죄가 함께 나오는 구조는 드물지 않다. ‘신체적 학대’라는 개념 자체가 부위·횟수·강도·경위라는 정도 판단에 의존하고, 정도 판단에는 폭이 있기 때문이다.
6. 남의 아이를 때리면 아동학대로 처벌받나
대상은 된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의 주체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으로 정한다. 보호자만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인 일반이 주체다. 남의 아이를 때린 성인도 당연히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의 적용 대상이 된다.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어 짚어둔다. 유기·방임은 조문상 “아동의 보호자가” 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지만,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는 그런 한정이 없다. 남의 아이라서 오히려 성립 범위가 좁아진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 사건에서 A씨가 무죄를 받은 이유는 “남의 아이라서”가 아니라 “행위의 정도가 학대 요건에 이르지 못해서”다. 두 이유는 전혀 다르다.
7. “훈육이었다”는 면책 사유가 되나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민법 제915조가 친권자에게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징계권을 인정했다. 이 조항은 2021년 1월 26일 삭제됐다.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원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부모조차 ‘훈육 목적’을 들어 체벌을 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하물며 제3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A씨는 B군의 보호자가 아니므로 애초에 징계권 논의가 적용될 자리가 아니다. 법원이 ‘경위’를 고려한 것은 “훈육이니 봐준다”가 아니라, 그 행위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위험성 판단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동기가 참작 요소인 것과 훈육이 면책 사유인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8. 아동복지법 위반이 아니면 아무 문제도 없나
별도의 쟁점이 남는다. 이 사건에서 기소된 죄명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하나였고, 법원은 그 죄명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형법 제260조 제1항의 폭행죄가 문제 될 수 있다(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다만 폭행죄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정리하면,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곧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 어떤 죄명으로 기소됐는지에 따라 법원이 답하는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 한 대 때리면 아동학대인가요?
한 대라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는 상해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발달을 해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할 수 있고, 그 위험성은 부위·횟수·강도·경위·아동의 연령·반복성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한 차례여도 머리를 도구로 강하게 때렸다면 학대로 평가될 수 있고, 반대로 이 사건처럼 요소들이 한 방향으로 모이면 학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 대까지는 허용된다”는 기준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Q. 훈육과 아동학대의 기준이 뭔가요?
법은 ‘훈육’이라는 별도의 허용 범주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2021년 민법상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훈육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체벌을 정당화할 근거는 사라졌습니다.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요소입니다. 어느 부위를, 몇 번, 어느 정도 강도로, 어떤 경위에서, 몇 살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했는지가 판단 기준입니다. 동기는 이 종합 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될 뿐, 그 자체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Q. 남의 아이를 때리면 아동학대로 처벌받나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의 주체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으로 정하고 있어, 남의 아이를 때린 성인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신체적 학대행위로 인정되면 제17조 제3호 위반으로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성립 여부는 행위의 정도에 대한 종합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Q.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어떻게 하나요?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 또는 관계 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가 정한 직군에 해당하는 사람은 신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고의무자가 자신이 보호하는 아동에게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같은 법 제7조에 따라 형이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이 사건에서 읽어야 할 것과 읽으면 안 되는 것
읽어야 할 것.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의 성립 여부는 “때렸다/안 때렸다”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 판단의 문제다. 그리고 그 정도 판단에는 부위·횟수·강도·경위·연령·반복성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목록이 쓰인다.
읽으면 안 되는 것. 이 판결을 “아이는 한 대까지는 때려도 된다”로 옮기는 것은 명백한 오독이다. 법원이 확인한 것은 특정 사건에서 제출된 증거로는 학대 요건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체벌이 허용된다는 것이 아니다. 상해가 없어도 학대가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징계권 조항 삭제로 훈육을 이유로 한 체벌의 법적 근거는 이미 사라졌다.
경계선 판결은 안전지대를 알려주는 지도가 아니다. 어디부터가 경계인지가 그때그때의 사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표지에 가깝다.
참고 법령
-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 아동학대의 정의(“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 금지행위: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 벌칙: 제17조 제3호부터 제8호까지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호 — 아동학대범죄의 정의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
- 민법 제915조(친권자의 징계권) — 2021년 1월 26일 삭제
- 형법 제260조 제1항·제3항 — 폭행죄 및 반의사불벌 규정
이 글은 보도된 재판 결과와 공개된 법령을 정리한 일반적 정보입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