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태우고 만취운전하다 사망사고…음주운전 하나가 4개 법률로 갈라진다
제한속도 60km 도로서 시속 178km 주행…재판부 “자녀 정신건강에 상당한 해 끼쳐”
어린 자녀를 태운 채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낸 경우 교통 관련 처벌과 별도로 아동학대 책임을 함께 물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7월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올해 1월 혈중알코올농도 0.211% 상태로 제한속도가 시속 60km인 도로를 시속 178km로 달리다 앞서가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몰고 귀가하던 20대 남성 B씨가 숨졌다.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에는 어린 두 자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211%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의 2.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A씨는 사고 직후 목격자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인지했으나,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할 무렵 아무 말 없이 걸어서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목격자가 이를 경찰에 알리면서 추적이 이뤄졌다.
A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사고후미조치)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이다. 음주운전과 사망사고, 현장 이탈, 자녀 동승이 각각 다른 법률의 처벌 대상으로 나뉘어 적용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에 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상태로 운전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녀를 태우고 운전한 부분에는 아동복지법이 함께 적용됐다. 이 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초과한 만취 상태에서 과속하며 자녀를 위험에 노출한 행동이 정서적 학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를 보호해야 함에도 만취 난폭 운전하며 자녀들에게 정신건강, 발달에 상당한 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어 양형 이유로 “만취 상태에서 난폭 운전했고, 피해자 상태를 돌볼 수 있었음에도 조치하지 않고, 외려 자신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등 비난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법원이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200시간 범위에서 수강명령이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이수명령을 병과한다.
참고 법령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도로교통법 제148조(벌칙)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제5호 아동복지법 제71조(벌칙) 제1항 제2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