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처벌 전력 3회에 사망사고 징역 4년…측정 거부해도 위험운전치사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처벌불원’은 양형기준의 특별감경인자
음주운전으로 세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5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신호를 위반해 달리다 사망사고를 내고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지난 5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월 오후 한 지역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구간을 시속 124㎞로 달리다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를 몰던 60대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발성 손상으로 숨졌다.
A씨는 사고 당시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는 측정기를 부는 시늉만 하는 등 세 차례 응하지 않았다.
측정을 거부한 탓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확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험운전치사 혐의는 그대로 적용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위험운전 등 치사상 조항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아니라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가 없더라도 사고 전후의 언행과 보행 상태, 운전 양상 같은 정황으로 그 상태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측정 거부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별개의 죄를 이룬다.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측정 거부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안에 다시 측정을 거부하면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진다.
흔히 쓰는 ‘3진아웃’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형사처벌을 무겁게 하는 기준은 위반 횟수 자체가 아니라 ‘10년 내 재범’이며, 면허 취소와 결격기간 같은 행정처분은 형사처벌과 별개의 절차로 정해진다.
1심 법원은 양형 이유로 제한속도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운전한 점, 음주측정을 세 차례 거부한 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불리한 사정으로 들었다. 반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과 합의해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위험운전치사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실제 선고되는 형량의 폭을 좁히는 것은 법정형이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교통범죄 양형기준이다.
현행 양형기준은 위험운전 치사의 권고 형량범위를 감경영역 1년 6개월3년, 기본영역 25년, 가중영역 48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음주측정거부는 별도 유형으로 감경영역 6개월1년 2개월, 기본영역 8개월2년, 가중영역 1년 6개월4년이 정해져 있다.
이 유형에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은 특별감경인자, ‘동종 누범’은 특별가중인자다. 동종 누범에는 음주운전과 음주측정거부를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 위반이 포함된다.
특별가중인자와 특별감경인자가 함께 있으면 같은 성격의 인자끼리 개수를 견줘 상쇄한 뒤 어느 영역을 권고할지 정하는 것이 양형인자 평가의 원칙이다. 진지한 반성이나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은 특별인자가 아닌 일반양형인자로 분류된다.
다만 양형기준은 권고 기준이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이 양형기준을 존중하도록 하면서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정하고 있고, 권고 범위를 벗어나 선고할 때는 판결서에 양형 이유를 적도록 하고 있다.
교통범죄 양형기준은 지난 3월 수정을 거쳐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험운전치사와 음주측정거부의 권고 형량 범위는 수정 전후가 같다.
양형기준은 죄명과 유형에 따른 권고 형량범위를 제시할 뿐이다. 개별 사건에서 어느 영역이 적용됐고 그 안에서 어느 지점이 선택됐는지는 판결서의 양형 이유를 통해서만 확인된다.
참고 법령·기준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제1항
-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 제1항·제2항·제4항·제5항
-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벌칙) 제1항·제2항·제3항
- 도로교통법 제93조(운전면허의 취소·정지) 제1항, 제82조(운전면허의 결격사유) 제2항
- 법원조직법 제81조의7(양형기준의 효력 등)
- 대법원 양형위원회 교통범죄 양형기준(2026년 3월 30일 수정, 2026년 7월 1일 시행) 중 위험운전 교통사고 제2유형(위험운전 치사), 음주·무면허운전 제5유형(음주측정거부)